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방솜입니다.
약 8개월간 준비했던 프로젝트 < 나전 >이 우여곡절 끝에 텀블벅에 펀딩 됐습니다!
'팬딩' 회사 분들과 열심히 준비한 끝에 이렇게 결실을 맺어 공개되기까지의 과정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긴 글이 되겠지만 향후 텀블벅 펀딩을 준비하시는 창작자 분들께 참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구상부터 작업과정, 텀블벅 런칭까지 회의한 것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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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
1)프로젝트의 구상
'패션과 전통적인 소재를 엮어 일러스트로 표현해 봐야겠다' 라는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동양화와 디지털 일러스트를 연계해서 작업 하는 것이 제 가장 큰 목표였지만, 화풍을 동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제재를 접목해서 작업하고 싶은 욕심이 컸습니다. '그동안 관심있게 봐왔던 자개란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하되, 내 화풍은 유지해서 작업해야겠다' 라는 생각 하에 이번 프로젝트를 계획했습니다. 회사'팬딩'과 수차례 미팅을 통해서 그동안 텀블벅에 런칭됐던 일러스트 프로젝트들을 분석하여, 단순한 일러스트 모음집을 내는 것이 아닌 세계관을 만들고 그 안의 인물이 됐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리하여, 동도서기( 동양의 도덕, 윤리, 지배질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서양의 발달한 기술, 기계를 받아들이는 것)의 세계관 안에 패션 브랜드 < '나'전 >을 설립한 디자이너 '방솜'이 되어 패션디자인과 화보촬영을 직접 도맡아 한다는 컨셉을 잡고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민화'+'자개'+'패션' 이 세 개의 키워드를 갖고 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의 관점이 아닌 일러스트레이터의 관점으로만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고, 자기 의문을 던지며 브랜드를 구체화 시켰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왜 패션브랜드를 런칭했을까'
'패션을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패션 브랜드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관통하는 소재가 왜 자개인걸까'
' 디자인을 할 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은걸까'
이런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패션 디자이너의 마인드로 임해야만 했습니다. 이 뿌리가 정확히 잡혀있지않으면 어떤 그림을 그리든 제 자신이 정확한 이해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했기에 중구난방이 되어버리니까요. 결국 이런 질문의 답은 '나다움'이란 주제로 뭉쳐졌습니다.
'나다움'이란 자신만의 고유성, 즉 나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질.
저는 이 '나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시작했고 이번 프로젝트는 작가로서 나다운 것을 할 수 있는 첫 걸음입니다.
저를 구성한 경험들을 그림으로, 패션으로 표현하자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예술은 자연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자연에 있는 수많은 영감들 중 찾은 소재가 바로 '자개'였습니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개의 영롱한 빛깔은
다양한 '나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너무 좋은 소재였습니다.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자개처럼 우리의 '나다움'도, 각기 다른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굉장히 많습니다.
"자기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뭐지?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바로 '패션'이었습니다.
패션은 자신의 나다움을 보여줍니다. 어떤 패션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나다움을 겉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죠. 나다움을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자개'와 나다움을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패션'.
이 두 요소가 합쳐, 프로젝트 < '나'전 >이 탄생하였습니다.
세계관을 왜 구상해야 하는가, 어떤 세계관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갈 것 인가, 일러스트를 패션 브랜드에서는 어떻게 보여주고 상품화 할 것인가, 브랜드의 상품은 어떻게 실물화 할 것인가에 관한 회의록과 아이디어를 '팬딩' 측이 초기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제시해주셨습니다. 회의를 통해 보완하였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은지부터 어떤 일러스트들을 보여줄 것인지 제 의견을 정리하여 보내드리고, 이를 회사와 이야기하여 첨삭과정을 통해 세계관과 컨셉이 정해졌습니다. 옆은 초기 정리본입니다.
성공한 일러스트 프로젝트의 텀블벅 사례의 경우 큰 세계관 아래, 작가 자신이 직접 참여하여 그림만 소비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소비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세계관은 작품을 아우르는 큰 틀이다.
세계관은 작가 개인 브랜드 확장에 도움이 되며, 작가 및 작품의 정체성 또한 확고히 할 수 있다. 작가와 작품의 정체성을 잡는데에 장 도움이 되는건, 연작을 진행하는 것. 이것을 도와주는 것이 세계관.
"동도서기가 실제로 가능했다면? 지금 현대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란 물음 아래에 탄생한 신생 패션 브랜드. 라는 구체적인 세계관 아래에 작업.
패션 브랜드라는 컨셉에 맞춰
일러스트북을 룩북으로 구성하고, 가벼운 굿즈보다 패션 브랜드의 제품을 실제로 작업해보자란 생각으로 작업에 임함.
2)그림 컨셉 아이디어
1. 패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방솜'의 정체성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패션 브랜드의 창립자,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갖고있습니다. 그만큼 그림에 활용되는 모델과 패션 아이템, 소품, 화보의 배경의 영감을 어디서 얻어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디자이너는 자연과 도시의 경험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바다와 모래가 갖고있는 고유한 색 배합, 동물들의 줄무늬에서 얻은 애니멀 프린팅, 식물들을 도식화한 트로피컬 프린트,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불빛들을 표현한 레트로 패션과 디스코일루전 등 가볍게는 자연을 패턴화 시키기도하고 색 배합에 의미를 담아 하나의 룩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직접 보고 경험한 자연과 그 안에서 느꼈던 감상, 도시에서의 경험들을 살려 룩을 디자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연과 도시의 이야기, 색의 배합, 느꼈던 경험을 하나의 화보로 표현하자'
이런 답에서 컬렉션을 총 3파트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자연의 경험을 녹여낸 첫 번째 컬렉션: 자연탐구
도시의 경험을 녹여낸 두 번째 컬렉션: 사방신
운명과 인연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세 번째 컬렉션: 사군자
제주도의 한라산에 위치한 구상나무 서식지. 한라산에서 점점 죽어가는 구상나무의 이야기와 한라산의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 봤던 정경을 각각 니금산수의 화보 배색과 옷의 주제, 화보의 뒷배경에 채용하여 구상했습니다. 더하여 '생'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구상나무의 잎들을 자개박으로 작업하여 넣었습니다.
니금산수의 서브화보 패턴들은 나비파의 유리공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사방신의 '청룡'은 유람선을 타며 물결치는 파도의 패턴에서 드레스의 디자인을 채용했습니다.
2. 모델의 역할
'나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설립한 패션브랜드인 만큼,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모델들의 성격과 외형을 디자인했습니다. 경험을 녹여내 디자인한 옷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모델들 자체도 나다움을 보여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정하였습니다. 21살 때의 제 모습을 표현한 캐릭터가 모델 '일 월'입니다. 그 당시 제가 미쳐있던 것, 가치관을 담아 성격을 설정하고 외형에서도 이런 성격이 발산될 수 있도록 강렬한 분홍으로 디자인했습니다.
더하여, 제가 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표현한 캐릭터는 '화 양'입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있으며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사람, 자연의 아름다움을 저에게 처음 알려준 사람등 제가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던 사람들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타인의 가치관이나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고 동경해왔습니다. 동경했던 타인의 모습을 따라하려는 성향이 컸고 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이 '화 양'이라고 생각했기에 룩북의 화보들에도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환하게 웃기도하며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표정을 구사할 수 있는 모델로서 브랜드의 '나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모델이라 생각하고 그 성격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작업했습니다.
당당하고 밝고 긍적적인 에너지를 표출하는 모습을 그린 모델 '화 양'
사방신 -주작
겉으로는 밝으나 속으로는 누구나 갖고있는 아픔을 표현한 모델 '화 양'
해바라기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총 9명의 모델들을 그렸습니다. 9명 모두 각기 다른 개성과 페이스로 화보에서도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의상을 입히고 모델들의 매력이 드러날 수 있게 했습니다. 룩북에도 모델들의 가상인터뷰와 프로필들을 더하여 실제 존재하는 인물처럼 보일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